오늘의 사건
준수가 서류 봉투를 탁자에 올렸다. 안에 인테리어 공사 계약서가 있었다.
“원룸 쪽 인테리어 업체랑 계약했어. 총 1,200만 원. 오늘은 계약금 없이 서명만 했어. 장부에 미리 적어둘까? 부채로.”

호일이 계약서 날짜를 짚었다.
“형, 오늘 실제로 무엇을 주고받았어? 공사 시작했어? 돈 오갔어? 자재라도 받았어?”
준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 일도 안 했어. 근데 계약했으니까… 의무가 생긴 거 아냐?”
이 질문이 세 번째 수업의 출발점이다.
준수와 호일의 대화
준수: 종이에는 1,200만 원이 적혀 있잖아. 그럼 부채 1,200이 생긴 거지.
호일: 법률상 약속과 회계상 인식은 겹치지만 같지 않아. 회계는 “종이에 이름이 올랐다”보다 경제적 실질이 움직였는지를 봐.
준수: 그럼 계약서는 무시하라는 거야?
호일: 무시가 아니라 시점을 보라는 거야. 오늘 서명만 했고, 공사도 안 시작됐고, 돈도 안 오갔다면, 아직 ‘장부에 올릴 사건’이 아닐 수 있어.
준수: 나중에 계약금 300만 원을 보내면?
호일: 그때는 현금이 줄고, 대신 앞으로 받을 공사·서비스에 대한 권리(선급금 성격)가 생길 수 있지. 그게 ‘서명’과 다른 점이야.
준수: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계약금을 받으면?
호일: 현금은 늘지만, 아직 일을 안 했으면 그걸 매출로 단정하면 안 돼. 선수금처럼 ‘앞으로 제공할 의무’가 옆에 붙지.
준수: 1화는 입금, 2화는 누구의 출금. 오늘은?
호일: 계약했다고 모두 거래는 아니다. 약속만 있는 날과, 자원·의무가 움직인 날을 가른다.
사건을 다시 보자
초보자가 자주 하는 점프가 있다.
계약 체결 = 바로 자산 / 부채 / 수익 / 비용 인식

회계 마인드의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 오늘, 자원을 얻었는가?
- 오늘, 갚을 의무가 확정적으로 움직였는가?
- 오늘, 성과(수익)를 제공했는가?
- 단지 미래의 약속만 남아 있는가?
오늘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고정하자.
약속만 있는 날과, 자원·의무가 움직인 날을 가른다.
오늘은 그 구분선을 긋는 데 집중한다. 리스·장기공사·수익인식 기준의 세부 규칙은 다음 레이어에서 얹는다. 시즌 1에서는 먼저 이 감각이 필요하다. 서명이 곧 분개가 아니다.
같은 계약, 세 가지 시점

위 그림의 요지는 단순하다. 계약서 한 장이라도, ‘어느 장면이냐’에 따라 장부가 달라진다.
- A 서명만: 약속만 있다. 시즌 1 수준에서는 일상적 분개 대상이 아닐 수 있다.
- B 계약금 수령: 현금↑ + 앞으로 제공할 의무(선수금 성격). 돈 들어왔다고 매출이 아니다.
- C 대금 선지급: 현금↓ + 앞으로 받을 권리(선급금 성격). 돈 나갔다고 곧바로 비용이 아니다.
준수의 인테리어 이야기로 맞춰 다시 보자.
장면 A — 오늘: 서명만 (계약금 없음)
통장 감각: “큰 계약 = 큰일 = 장부에 적어둬야지.”
회계 감각: 오늘은 약속의 날일 수 있다. 공사도, 자재도, 현금도 아직 안 움직였다.
장면 B — 다음 주: 업체가 계약금 300만 원을 ‘준수에게’ 받는 경우(준수가 발주자라면 반대)
준수가 발주자라면 보통은 준수가 계약금을 지급하는 쪽이다. 먼저 ‘내가 계약금을 받는 가게’로 바꿔 보자. 카페 단체 케이터링을 예약받고 계약금 100만 원이 들어온다.
통장 감각: “100만 원 들어왔다 = 매출.”
회계 감각: 현금은 늘었고, 아직 케이터링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선수금(의무)이 붙는다.
장면 C — 준수가 인테리어 계약금 300만 원을 송금
통장 감각: “300만 원 나갔다 = 비용.”
회계 감각: 현금은 줄었고, 대신 앞으로 받을 공사에 대한 권리(선급)가 생길 수 있다. 공사가 진행·완료되는 날과 나눠 본다.
세 장면 모두 ‘계약’과 닿아 있다. 세 장면 모두 같은 분개는 아니다.
머릿속으로 분개하기
다음 중 오늘 장부에 올릴 만한 변화를 고르고, 이유를 말해 보자.
A. 내년 사무실 임대차 가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월세 지급 전.
B. 거래처와 상품 공급 계약을 맺고, 오늘 계약금 100만 원을 받았다.
C. 직원이 입사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근무 시작은 다음 달.
D. 노트북을 주문하고 오늘 대금을 전액 송금했다. 물건은 모레 도착.
힌트 문장: “오늘 무엇이 늘고, 무엇이 줄었나? 아니면 아직 약속만인가?”
실제 분개
시즌 1 초반이므로 계정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서명과 ‘돈이 움직인 날’이 다르다는 것만 표로 확인하자. (단위: 원)
B) 계약금 수령 (약속 + 현금 이동)
| 차변 | 금액 | 대변 | 금액 |
|---|---|---|---|
| 현금 | 1,000,000 | 선수금(선수수익) | 1,000,000 |
- 얻은 것: 현금
- 생긴 것: 앞으로 제공할 의무(선수금 성격)
- 아직 상품·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수익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D) 대금 선지급, 물건 미도착
| 차변 | 금액 | 대변 | 금액 |
|---|---|---|---|
| 선급금 | (대금) | 현금 | (대금) |
- 줄어든 것: 현금
- 생긴 것: 받을 권리에 가까운 선급
- 물건을 받는 날에 선급금 → 비품/재고로 옮긴다. “돈 나간 날 = 비용”이 아니다.
A, C) 서명만 있는 날
시즌 1 수준에서는 일상적 분개 대상이 아닐 수 있다.
공시·우발부채·복잡한 리스 기준은 범위 밖이다. 오늘은 “적지 말라는 규칙”보다 아직 실질이 안 움직였을 수 있다는 감각이면 충분하다.
준수의 인테리어 서명-only 날은 A/C에 가깝다. 계약금 300만 원을 보내는 날이 오면 C(선급) 쪽으로 이동한다.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보일까
| 상황 | 흔한 오해 | 회계적 초점 |
|---|---|---|
| 서명만 | “계약했으니 매출/비용/부채” | 아직 변화가 없을 수 있음 |
| 계약금 수령 | “돈 들어왔으니 매출” | 선수금 vs 수익 |
| 대금 선지급 | “돈 나갔으니 비용” | 선급금 vs 자산/비용 |
1화의 “입금 ≠ 수익”, 2화의 “출금 ≠ 비용”과 같은 계열이다.
3화는 그 앞에 시점을 하나 더 끼운다. 계약 ≠ 곧바로 인식.
오늘 얻어갈 감각
계약은 이야기의 시작일 수 있지만, 회계 분개의 시작은 자원과 의무의 실질적 이동이다.
실무 문장으로 바꾸면 이렇다.
계약서가 보이면, “얼마짜리 계약”보다 먼저 “오늘 무엇이 움직였나”를 적는다.
잠깐, 직접 판단해보자
답을 바로 보지 말고, 먼저 한 줄로 써 보자.
- 온라인에서 강의를 결제했고, 수강은 한 달 뒤다. 결제일과 수강 기간에 무엇을 나눠 볼까?
- “가계약금 환불 불가” 조항이 있으면, 서명만으로 항상 비용이 되나?
- 매출 계약을 많이 맺은 달의 통장이 아직 조용하다. 장사는 잘된 달인가?
짧게 보는 힌트
- 결제일에 현금↓·선급(권리)↑일 수 있고, 수강이 진행되며 비용(또는 수익 인식의 짝)으로 옮겨 간다.
- 조항이 있어도 ‘서명만’과 ‘돈·권리가 움직인 날’은 다를 수 있다. 항상 비용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 계약 건수와 인식된 매출은 다를 수 있다. 통장이 조용하면 아직 현금도, 때로는 수익도 안 움직인 상태일 수 있다.
관련 검색형 글: 계약서에 서명하면 바로 회계처리해야 할까
검색형 글은 “서명 = 즉시 분개?” 한 질문에 초점을 둔다. 오늘 수업은 시점과 실질에 초점을 둔다. 겹쳐 보이더라도 질문이 다르다.
다음 수업
계약과 인식을 가렸다면, 이제 모든 사건의 기본 질문으로 들어간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내주었나.
→ 4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내주었나